인문사회과학 서적만 줄곧 읽어오다 너무 딱딱해져 버린 뇌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 소설을 골랐다. 어떤 서평도 보지 않고 줄거리도 보지 않은 채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느낌있는 표지로만 골랐다. ‘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줘야 했을까’, ‘이건 진짜 백설공주 이야기일까, 상징적 의미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어 본 첫 시작과 도입부는 약간 지루했다. 그러나 이는 소설을 오랜만에 읽은 참을 성 없는 독자의 성급함이었음을 곧 스스로 확인하게 되었다.
소설은 살인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양파껍질 벗기듯이 하나씩 하나씩 벗겨가지만 도입부부터 강한 임팩트를 주며 시작하지 않는다. 500쪽이 넘는 이 두꺼운 소설은 도대체 백설공주가 누구인지의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만 한참을 읽어가야 한다. 주인공 토비우스가 10년 전 두 명의 소녀를 죽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재판부는 10년형을 선고했지만 토비우스는 법정에서 끝까지 무죄와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입부는 10년 전 살인사건으로 출소한 서른 살의 한 청년 그 청년을 마중 나온 유명 여배우의 모습이 담담히 그려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살던 집으로 들어가는 주인공과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친구인 여배우는 그렇게 헤어지고 주인공 토비우스는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고향 집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소설은 토비우스의 귀환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하는 이웃들, 갑자기 달려들어 린치를 가한 세력, 10년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 사건 당일의 기억 등에 대한 얘기들을 풀어나가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궁금증을 날카롭게 세우고 나의 두뇌를 회전시킨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끝까지 머리 속에서 질문의 질문을 끊이지 않게 한다. 초반도입부는 주인공은 진짜로 범죄를 저질렀나,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함정에 빠졌나? 백설공주는 누구인가? 로 시작된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진짜 살인범으로 의심되는 주요 인물들 중에 도대체 누가 진짜 범인인가를 찾게 되고 또 도대체 왜 어떻게에 대해서 궁금하게 만든다.
소설속의 다양한 등장인물은 이런 궁금증을 극대화시키도록 묘사되어 있다. 토비우스에게 처음부터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토비우스 사건의 진실을 캐는 백설공주와 닮은 반항적인 청소년 18살 아멜리, 서른 살이 넘은 나이에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는 티스, 죽은 스테파니의 교사이자 현직 문화부장관인 그레고어와 다니엘라 부부, 티스의 아버지이자 알텐하인의 유지 테를린덴, 처음부터 토비우스에게 우호적으로 접근하고 동침까지 한 나디야 등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소설이 진행될수록 이들 중에 도대체 누가 왜 토비우스를 곤경에 빠뜨렸나가 시종일관 아주 매우 궁금하지만 소설은 마지막까지 그 진실을 쉽게 밝혀주지 않는다.
토비우스의 어머니를 다리에서 밀어 떨어뜨리게 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의 범인이 죽은 두 명의 소녀 중 로라의 아버지임을 밝히는 과정에서 개입하는 형사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소설을 읽어나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며 재미를 준다. 살인사건과 별개로 진행되는 두 사람의 개인사와 감정의 편린들은 작가의 심리묘사의 놀라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한마디로 손을 뗄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같지만 공포스럽다기 보다 퍼즐을 풀어다는 듯 한 궁금증 해결의 재미에 너무 몰입하게 한다. 책을 잡으면 놓을 수 없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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